[Fate SS]가르쳐줘, 에미야선생!? lesson -드래곤테일- a








   에미야 시로의 발소리는 작다. 그건 일찍이 그가 몸에 익힌 기술이 그렇게 되게 하는 듯 하다. 그게 보다 한층,
  키가 클 터인 그의 존재감을 흐리게 하고 있었다.

   12월도 끝무렵이 되면 런던의 강수량은 평균 60 ㎜를 넘는다. 비가 그만큼 많지 않은 토지라서, 그 정도가
  보통이었다. 기온은 6℃와 5℃의 사이를 왔다갔다 반복하고, 오늘도 주변에는 엷게 안개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시로의 발치에서 들려오는 뚜벅뚜벅하는 발소리는, 정말로 귀를 잘 기울여서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간신히 귀에 닿았다고 해도, 어딘가 멀리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발소리처럼도 들렸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비에 젖어서 소매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다. 우산은 쓰지 않는다. 남에게 부탁받은 수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가늘고 좁은 길이었다.
   밤이 새려고 하는 시각이라, 주변은 아직 어두워서 시야가 나쁘다. 이런 추운 날의, 게다가 비가 내리고 있는
  오늘 아침에 나가는건 시로 한명 뿐이었다. 사람의 기척따윈 한 조각도 없이, 주변의 벽의 저편에 생물이 있는
  온도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눈앞의 엷은 어둠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기척이 있었다. 작은 발소리다.
   길에 고인 물을 차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그 발소리의 주인은 시로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 것 처럼, 마치
  브레이크가 망가진 자전거가 언덕길을 내려오는 것처럼 그쪽으로 돌진해온다.
   시로는 피하려고 했다. 좁은 길의 끝에 몸을 기대고 다가오는 질주의 물소리에서 코스를 벗어났다. 이걸로
  아무일도 없이 피할 수 있을 터였다.
   이제 됐겠지 하며, 시로는 그 달려오는 발소리를 의식에서 피한다. 나머지는 서로 옆을 스쳐지나가는 것만으로
  자신과 누군가는 일절의 접점을 잃는다. 그거라면, 타인이다.
   달려온 발소리가 멈췄을 때, 시로는 가볍게 작은 충격을 느꼈다.
   보스, 라는 소리가 들렸을 때, 시로는 그 충격의 근원을 거슬러갔다.
   작은 샛노란 비옷이 보인다. 자신의 배 정도에서 멈춰있다. 깊이 눌러쓴 후드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며 시로는 그 샛노란 비옷을 입은 작은 누군가의 옆을 지나가려 했다. 부딪친 건
  저쪽이지만, 이 어두운 데선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갔다.
   시로가 지나간 뒤에, 그 비옷을 입은 누군가는 시로의 등을 눈으로 쫓았다. 후드에 가려져 있던 얼굴이 엿본다.
  그 얼굴은 연령도 얼마 안되는 소녀처럼 보였다.
   시로의 등은 멀어진다. 소녀가 뭔가 믿을 수 없는 것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어쩐지, 그 얼굴도
  새파래져 있어서, 이런 날의 런던에선 유령인가 뭔가로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소녀의 손가락 끝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드래곤테일 ~가르쳐줘, 에미야선생!?~』














   오늘, 창고로 돌아가는 투영학과의 교실로 향하는 도중이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을 터였다.
   배후에서 불렸을 때, 시로는 돌아본 찰나에 언제나 쓰고 있는 원시의 안경이 조금 어긋났다. 그걸 느끼고,
  비어있는 의수의 오른손으로 안경을 조금 고쳐쓴다.
   시로는 왼손에는 빵의 봉지가 있었다. 오늘 아침 일찍, 자주 이용하고 있던 빵가게의 오븐을 수리하려 가서
  받은 것이다. 뭔가 고대의 물물교환과 닮아있다. 무언가를 한 보답으로 무언가를 받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정말로 평화로운 일이다. 이걸 지켜가면 다툼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에 불렸다.
   에미야 선생, 이라고 불리는 건 런던에서도 자신 하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부르는 것도 단 한사람 밖에 없다.
   돌아보자, 하얀 블라우스에 감색의 조끼와 스커트를 입은 성인이 되기 전 정도의 여자아이. 푸른 색으로 통일하고
  있는데, 목덜미의 군청색을 한 리본이 어쩐지 눈에 띈다.
   하지만, 에미야 선생 이라고 부르는 건 긴 흑발의 여자아이일 테지, 이런 금발벽안의 누군가와 닭은 아이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시로는 자신의 기억을 의심한다.


   「에미야 선생은 의외로 편리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다가와서, 그녀는 시로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마, 훨씬 멀리에서라도 금방 알거예요, 어떤가요, 위쪽은 개었나요?」


   시로는 하나의 일을 떠올렸다. 별로 머리색이 변해도 이상하지 않잖나, 물들이면 되는 거니까, 하고.


   「그 머리, 물들인건가? 페이엔」


   듣고서, 페이엔은 평소와 달리, 머리 뒤에서 땋아올린 머리를 만졌다. 머리가 조금 무겁게 느껴지지만,
  불쾌하다고 느끼지도 않고, 그렇다면 신경쓰지 않는다.


   「아뇨, 원래 이 색이에요. 8년 전의 일, 전부 생각나서 원래대로 돌려봤습니다.
    ……이거, 안어울리나요?」


   강아지처럼 목을 기울이며, 페이엔은 조금 생각한다.
   8년 전, 자신이 일으킨 성배전쟁 때 자신은 흑발이 아니라 금발이었다. 그래서 원래대로 돌렸다는 표현은 맞다.
  그렇다면, 어째서 물들인건가, 라고 눈앞의 남자는 물어오는 것일까.


   「아아, 그런가, 그랬지. 응, 어울리지 않을 리 없어. 페이엔의 머리는 원래 그 색이었다」

   「 혹시, 잊고 있었던 겁니까?」

   「아니, 이쪽에 오고나서는 흑발의 페이엔뿐이었으니까. 그게 보통이 되어있었다」


   그런가요, 하고 그 이상 추궁하지는 않고, 페이엔은 일단 납득한다.
   어딘가 위화감이 있는 회화였다.


   「그런데」


   눈썹을 찡그린 페이엔은 시로의 옆구리 부근을 가리킨다.


   「그거, 어떻게 된건가요?」


   시로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봤다. 뭔가 가늘고 긴 게 자라있다. 뽑아보니 그건 나이프였다. 배에서 자란 것처럼
  보였던 건 손잡이였던가.
   나이프를 뽑은 손가락 끝이 번지기 시작한 피로 적갈색으로 물들었다.인간의 피색이 아니다. 깊이 찔려있던 걸
  뽑아도, 시로의 몸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아아, 그래서, 여기에 올 때까지 남의 시선을 느낀 것이다.


   「곤란한걸. 옷이 찢어졌어」


   페이엔은 쿡쿡하고 웃는다.


   「에미야 선생, 눈은 보이는 주제에, 이제 몸의 감각도 없는건가요?」

   「죽어있으니까」


   라며, 시로는 발의 사이즈라도 답하는 것처럼 말했다.


   「어떤가요? 죽어있는데 몸이 움직인다는 건」

   「머리 뒤에서, 아니지, 자신의 등에서 게임이라도 하고 있는 것 처럼 주위가 보이는 느낌이다. 런던에 막 왔을
   때는 안그랬지만, 지금은 발치가 붕 떠서 진정되지 않아」

   「하아……그런가요. 썩거나 하지 않는 겁니까」

   「혈액 대신에 방부제를 흘리고 있다. 피부가 그을렸던 건 다행이었지, 색이 나오기 어려워.
    ………아, 토오사카와 루비아에겐 비밀로 해줘」


   뭐, 좋아요. 그렇게 말하고 페이엔은 칙칙한 천정을 올려봤다.


   「에미야 선생은, 쭈욱 그렇게 살아온 거군요」


   그렇게 말하고나서 시로의 배에 가볍게 주먹을 때린다.
   쭈욱 그렇게, 란 어디에서의 일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로는 생각하는 척 해보였다. 자신의 상처에
  개의치 않는건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고, 그걸 얼버무릴 때는 이렇게 생각나지 않는 척을 하는게 득책인 것이다.
  유야무야할 수 있다.


   「자아, 괜찮으면 지금도 옛날도 은사인 에미야 선생과 가고 싶은 장소가 있는데, 따라가 주시겠습니까?」


   자신이 은사라고 불리다니, 시로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랄까, 그렇게 불릴만한 일을 한 기억이 없다.
   전혀 영문을 모르게 된 시로는, 간신히 거기에 반문했다.


   「어째서」

   「즉, 데이트하자는 거지요」

   「……어째서」

   「모르는건가요? 그런 거 이유는 하나밖에 없잖아요」

   「어째서――――――」


   세 번, 억양을 바꿔서 시로의 「어째서」가 이어진다. 페이엔은 질린듯이 고개를 젓더니 정말로 질린듯한
  목소리를 냈다.


   「………ずうぇほあい」

   「에, 뭐라고?」

   「정말, 어째서 이런 사람인지」


   페이엔의 중얼거림은 시로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향한 것이었다. 뭔가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듯 하다.
   허나, 중국어따윈 모르는 시로에게 있어서는 그녀가 뭘 말했는지도 모르고, 당연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것에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쨌든, 런던에서 나가요. 지금은 그게 최고예요」


   페이엔은 시로의 손을 잡는다. 그 눈동자는 진지하게 시로의 거친 눈동자를 올려보고 있다. 페이엔에게서
  올려다본 시로의 눈동자는, 생선의 눈같았다.


   「런던에서 나가서, 어디로 가는거지?」

   「웨일즈라도, 콘월이라도. 스코틀랜드는 멀어서 무리예요.감시 없이 런던에서 나갈 수 있다면, 어디라도」

   「그런 짓을 해서, 뭐가 되나」

   「데이트에요. 알기 쉽게 일본어로 말하면 밀회예요」


   이번엔 시로가 천정을 올려봤다. 더더욱 영문을 모르겠다. 어째서 자신이 페이엔과 데이트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그녀가 일본어를 쓸 수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말까지 알고 있다니 듣지 못했다.
   점점 얽혀서 알 수 없게 되는 것 같은 사고를 주체못하면서, 어쩌면 좋을지 시로는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내일 자신은 봉인된다. 즉 그것은, 간신히 죽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며, 이번에야말로
  사체가 살아있다는 이상은 없어진다. 그런데, 어째서 이제와서 도망치듯이 페이엔과 런던을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걸까. 그런 짓을 하면, 분명 루비아에게 폐를 끼칠 게 틀림없다.


   「자, 가죠 에미야 선생」


   입가는 웃고 있는 주제에 눈만은 바닥없는 호수처럼 허무하다. 혹은, 물가에 서서 생자를 타락시킨다는 망자와
  닮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페이엔의 저편에는 허공만이 보이고 있어서 위험을 느끼게 한다.


   「안돼. 안됀다. 페이엔」


   시로는 어째선지, 거기에 슬픔을 느꼈다. 눈앞의 소녀가 어떻게 할 수도 없이 슬프게 생각되었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어쩐지, 무의미한 반복을 원하고 있는 듯한 그녀의 울림이 슬퍼져다.


   「그런가요」


   웃고 있던 페이엔의 얇은 입술이 꾹 닫힌다. 양눈만은 변함없지만, 입가는 조개껍질처럼 굳게 닫혔다.
   그리고 등을 돌린다.
   마치 이제 용건은 아무것도 없다고 대변하는 것처럼, 페이엔은 시로에게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했다. 시로는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다. 이윽고 페이엔의 등이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될 무렵 시로는, 뭐였던거지,
  하며 박약해진 의식으로 생각했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생각하는 걸 관두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







   뭔가 작은 자갈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별도 달도 없는 새카만 밤하늘이었다. 먼 곳이 쓸데없이 밝다.
   자신의 바로 위에 떨어져오는 자갈을 올려보고 있는 남자는 머리를 몇번인가 흔들어서 두통을 떨쳐내려 했다.
  마술을 너무 썼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격심한 고통이 머리를 휘젓고 있다. 예를 들자면, 뇌수 안에 믹서를 찔러넣고 돌리는 만큼
  아팠을까. 하지만 정신을 잃을 수는 없어서 죽을 각오로 거기에 버텼다.
   5초정도일까,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하늘에 보이는 자갈이 떨어질때까지, 아직 5초나 있다고 생각했다.
   그 5초를 유익하게 쓰려고 남자는 주위를 둘러본다. 그 5초는 자신이 죽을 때 까지 허락된 시간이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동료는 이미 도망쳐버려서 여기에는 없다. 이걸로 좋다. 뒤는 자신이 버텨낼 수 있으면,
  살아남은 동료는 모두 산다. 이제 여기에는 돌아올 이유도 없다.
   하늘을 올려보자 새카만 그 안에 작은 자갈의 덩어리가 보였다. 굉장한 속도로 점점 낙하하고 있다. 남자는
  조용한 얼굴로 아무말도 안하고 왼손을 하늘로 치켜든다. 의수인 오른손은 찢어져서 쓸만한게 안된다. 상상을
  뛰어넘는 두통에 얼굴을 찌푸린다. 너무나 아파서 혀끝을 깨물어 잘라버렸다. 남자는 입안의 타액과 피를 모아서
  삼키고, 말을 떠올렸다.
   ―――――몸은 검으로 이루어져있다.
   고오오 하며 바람이 포효하고 있다. 입을 강하게 닫고 있지 않으면, 바람에 말려오른 모래먼지가 입안에
  들어간다.
  그 전에 또 한번 입안의 타액과 침을 삼킨다. 기관에 들어가 기침을 한다. 입안에 모래먼지가 들어간다.
  뱉어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숨을 멈춰서 넘긴다.
   벌써 눈앞에 다가와있다.
   방패를 당겨든다. 분홍색 꽃잎 같은 방패가 남자의 왼손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투척무기에는 무적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일곱의 원환이다.
   하얀 섬광이 주변을 태웠다. 남자의 윤곽이 하얗게 사라져간다. 그의 귀는 이미 쓸만한 게 안되서, 주위에 울린
  굉음을 들을 수 없다. 일순간에 하얗게 물들어간다. 일순간만 하얗게 물들고 있다.
   아픔만을 느끼고 있다. 그게 자신이 사는 증거다. 아직 살아있다면, 제대로 막고 있는 것이 틀링없다. 멈춘 숨은
  언제 뱉으면 좋을까. 질식의 괴로움은 아픔에 가산되어간다. 깊은 심해를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몸 전체감각은
  없고, 눈도 귀도 아무것도 잡지 못하는 주제에 몸이 무겁다. 무거운 물에 짓눌린다. 익사하는건가. 남자는
  의식을 잃는다.
   의식이 돌아오자 밤의 기척은 멀어지기 시작해서, 살짝 밝아진 하늘에 흐르는 구름이 보였다. 아아, 날이 밝았나,
  하고 당연한 것을 남자는 생각했다.
   황야의 언덕에는 많은 사람의 시체가 누워있었다. 남자의 주위에 집중되어 있다. 어떤 시체는 무수한 검에
  찔려서, 또 다른 시체는 폭탄이라도 삼킨 것처럼 분해되어 있다. 바람소리만이 그 시체를 달래는 진혼곡처럼
  들린다. 그 이외는, 완벽한 정적이다. 하늘은 점점 밤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
   황야의 저편에서 화살 같은 빛이 비쳤다.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바람소리의 노래속에서, 소리없는
  빛의 라인을 보고 있는 사이에, 남자는 조금씩 자신의 몸에 감각이 돌아오고 있는 것을 알았다. 심장이 약하게
  고동을 시작한 것만으로 시끄러울 정도로 느낀다. 가슴에서 보내어진 혈액은 귀의 뒤에서 굉음을 낳았다.
  손가락은 고무라도 움직이는 것처럼 잘 움직이지 않는다. 산소를 원해서 자연히 가슴이 움직인다. 숨쉬기 힘든
  건 격심한 고통을 떠오르게 했다. 남자는 무의식중에 왼손을 뻗는다.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는다. 빛에는
  결코 손이 닿지 않는다. 눈앞이 하얘지기 시작해서, 살려고 한 마음도 살해당한다.
   남자는 마법을 입에 담았다. 그걸로 남자는 죽었다.





    /





   다음날.
   대영박물관에 있는 있을리 없는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깊고 깊은 지하에 있는 그 넓은 통로에 시로는 발을
  들이밀었다. 하얀 벽과 하얀 조명, 그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정적이다. 사람의 기척은 커녕, 현실이라는 감각조차
  위험한 마술사의 성.
   허무라는 말이 잘 어울릴 듯한 그 통로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시로는 걸어간다. 유령인가 뭔가처럼 존재감없이
  걷는 그 모습은, 그런 통로따윈 질리도록 봐왔던 것처럼 보였다.
   시로의 희미한 발소리는, 아무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통로에 잘 울린다. 귀를 기울여보면 뚜벅뚜벅하는 그
  발소리가 다른 세계에 사는 소인들의 속삭임처럼 들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잠시 나아가서, 시로는 바로 옆에 나타난 문을 당연하다는 태도로 열었다. 같은 경치가 이어지는 이 통로에선,
  잘 보고 있지 않으면 놓쳐버릴 것 같은 문이다. 열린 문 안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대신에 영화관의 홀에
  늘어서있는 의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정면에는 하얗고 커다란 스크린. 그곳은 슬라이드와 비디오를 상영하기
  위한 방이었다.
   가장 뒤에서 가장 끝 자리를 골라서 시로는 앉았다. 그곳은 출입을 위한 방에서도 정면의 스크린에서도
  떨어져있다. 앉아서, 움직이지 않게 되자, 정말로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 방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어서, 시로는 그대로 정적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았다. 잠도 죽음도 아닌 애매한 어둠이
  시야를 닫는다.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피부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완전한 정적. 눈을 감고 있자,
  의식은 점점 애매해져 갔다.

   시로가 눈을 뜨자 눈앞에 머리가 두개 보였다. 블론드와 레드 블론드. 두개의 머리는 굉장히 즐거운 듯이
  흔들렸다 멈췄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사물이 보이자, 다음은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신경쓰였다. 뚜벅뚜벅, 수런수런. 누군가의 발소리와, 누군가의
  이야기소리다. 그러면, 이 아무것도 없을 터인 방에 누군가 오고, 그리고 오고 있는 도중일 것이다.
   거기까지 눈치채고, 눈앞의 두개의 머리가 페이엔과 루비아인 것을 깨달았다. 두사람은 그 손에 트럼프를
  가지고, 무언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쇼다운―――――잭의 스리카드입니다」

   「어라, 유감이네요――――스트레이트 플러시」

   「치잇. 괜찮아요ー, 페이는 아직 이쪽이 많으니까ー」


   포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루비아 쪽이 이기고 있는 것 같다. 칩 대신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성냥이 몇 개 루비아 쪽으로 이동한다.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자, 역시 그곳은 대영박물관의 지하에 있는 방이다. 그밖에도, 어느샌가 와있던 몇
  명인가의 모습이 보인다. 텅비었던 방은, 지금은 이미 살아있는 사람이 호흡할 수 있는 대기로 채워져있었다.
   자신은, 그래――――오늘 끝나는 얼마 안남은 자신의 시간을 가만히 보내기 위해 여기에 왔다. 봉인이라는 이름의
  특별조치를 위해.
   시로는 별로 아무렇게도 생각하지 않았다. 싫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기쁘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건 당연한
  것으로, 때가 되면 끝나는 그 최후가 찾아온 것이다.
   그래도, 이 방에 온 자신 이외의 인간은 뭘 하러 온걸까.


   「어라, 일어나셨나요 시로우?」


   루비아가 눈치채고, 시로에게 미소짓는다. 페이엔은 말없이 트럼프를 능숙하게 가지고 놀고 있다.


   「지켜보러 온건가?」

   「에에. 제가 만든 시간인걸요. 최후까지 지켜봐야죠」

   「그런가. …………그런가」

   「시로우는 어떤가요? 잃는 게 있는 건?」

   「분명 잔뜩 있지. 그래도 남보다 가벼워」


   페이엔은 회화에 참가하지 않고, 계속 트럼프를 손안에서 가지고 놀고 있다. 그리고서,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안경을 고쳐쓰고서, 텅 빈 주제에, 침묵을 가진 인영이 보이는 방을 둘러본다.


   「그러면 시로우는 더 무거운 걸 찾지 않으면 안되요」

   「그거라면, 있어. 하지만 잃을만한 게 아냐」

   「훨씬 전부터 있었나요?」

   「있었어」


   페이엔은 이 방 유일의 문을 봤다. 그곳이 열릴 기척은 없다. 지상의 하늘을 흐려져있고, 지금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이 나라는 그다지 비가 내리지 않는다. 내린다고 해도 금방 날씨는 변해버려서, 연중내내
  변덕스런 날씨구나, 하고 페이엔은 생각했다. 그래도 오래 계속 살면 다른걸지도 모르고, 자신이 날씨의 변화에
  관심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같은 변화로 보였다. 어제도 천년전도, 계속 변하지 않는 이런 변덕스런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차이는 잘 모른다.
   가만히 그걸 생각하고 있던 탓인지, 말을 나누고 있는 두사람의 목소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방 안이 조용하다.
  문이 열릴 기척은 없다. 그래도 여기서부터 앞에 그녀는 있을 수 없다. 루비아에겐 더 중요한 역할이 있다.
  우리들은 돌아가지 않는다. 어차피 다시 만날 수 있고, 슬슬 때가 됐나, 하고 페이엔은 입을 열었다.


   「루비아씨, 이제 슬슬 때가 됐어요」

   「……벌써 그렇게 시간이 지났나요?」


   유감스러운 듯이, 루비아가 묻는다.


   「하지만 토오사카씨, 장소를 모르잖아요?」


   공백의 방에 조용한 목소리가 울린다. 문의 저편의 통료를 누군가가 걷고 있는 듯한 기척을 느꼈다. 이 방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넓게는 보여도, 사실은 그렇게 넓은 장소가 아닐텐데, 큰 통로가 어디까지나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밖에 사람은 있는데도, 이 방에는 셀 수 있을 정도밖에 사람이 없다. 인접해있을 터인 방과
  통로에도, 사람의 기척은 이제 느낄 수 없었다.


   「어떻게 된거지?」


   페이엔이 트럼프를 케이스에 넣고 주머니에 넣었을 때, 시로가 물었다. 루비아는 말없이 있는다. 어쩔 수 없어서
  페이엔이 입을 열었다.


   「당신의 최후를 지켜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 잔뜩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를 아는건 한손에 꼽을
   정도. 안내가 필요하지요」


   시로를 똑바로 바라보며, 페이엔은 무감정하게 말했다. 잘 보니 무릎 위에서 쥐어진 주먹이 떨리고 있다.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 처럼도 보이고, 추워서 떨고 있는 것 처럼도 생각된다. 그 모습은, 폭포를 맞으며 한결같이
  자기를 반추하는 수행승처럼 보였다.
   그녀는 시로가 만나왔던 어느 여성과도 어딘가 달랐다. 우리속의 동물을 보고 있는 감각과 비슷하다.
  이쪽에서는 손을 댈 수 없고, 저쪽에서 손을 댈 수 없다. 보고있을 뿐이라면, 아무런 해도 없는 동물처럼.
   페이엔은 가벼운 자기혐오에 빠지면서, 아무도 책망하지 않는 무언의 책망을 알았다. 멀리에서 보고 있는 한,
  그게 어떤 결말이 되더라도 불만은 말할 수 없다. 에미야 시로가 이런 식으로 되버린 것은 네 탓이다, 라는
  자기의식에 의한 과잉된 책망.
   책임은 계속되고 있어, 라고 페이엔은 생각했다.


   「봐요, 여기는 하나하나의 방에 번호와 이름이 없잖아요」

   「그런가. 아아, 없군」

   「에에, 없어요」


   페이엔은 고개를 저었다. 이름이 없는 장소따윈, 이 세계에는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여기는 격리된 장소인
  것이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가보고 싶었지요. 여기는 그걸 이루어줘요. 아마, 이건 회귀원망의
   일종일지도 모릅니다. 원래, 저에겐 아무것도 없어요」


   불쑥. 페이엔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허나, 그건 이 정적이었던 방에는 크게
  울려서, 시로가 거기에 말을 받았다.


   「그건 아니겠지」


   제멋대로인 말이다. 페이엔은 마음깊이 그렇게 생각한다. 이런 사람이기에, 이런 일이 되버린 걸지도 모른다,
  라고.
   그래서 페이엔은 그만 거기에 조금 반항할 생각으로 목소리를 냈다.


   「검은 머리의 페이엔은 분명 에미야 선생이 싫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순간의 페이엔이야말로 최초의 저였던
   거겠지요」

   「그렇지 않을 거다」

   「페이엔이라는 이름은 롱가의 정당한 당주에게 주어지는 대대로 이어지는 이름입니다. 계승되는건 이름만이
   아니라 기억도. 롱가는 기억을 겹쳐 쌓아서 업을 깊게 하는 마술사입니다. 저는 주워진 아이로, 다른 이름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롱가의 페이엔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만이 생각하는 일도 있겠지. 기억 같은 건 애매하다. 너는 확실히 자신을 가지고 있어」

   「아닙니다. 이 말은 결국 누군가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인 겁니다. 만약 자신만의 말을 갖고 있어도, 저는 그걸
   드러내기 위한 방법을 몰라요. 그러면, 역시 자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그건 아니다, 페이엔」

   「뭐가 아닙니까」

   「금발의 페이엔도 흑발의 페이엔도 같은 거야」

   「그거야말로 착각입니다」

   「외견이 변했을 뿐인데?」


   페이엔은 똑바로 시로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 시로는 그런 페이엔이 누군가를 닮아서 보고있을 수 없게 되어
  눈을 감았다.


   「페이엔, 나는 조금이지만 알게 된 게 있다. 할 수 있다면, 더 전에 알아두고 싶었지만, 즉 이런 거지.
    이 세계는 한없이 닫혀진 어둠이고, 앞일 따윈 뭐 하나 내다볼 수 없어. 깊은 어둠이다, 자신이 있는지
   어떤지도 수상할 정도로. 그곳에 한발 내디디기 위한 용기가 있다. 앞의 일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그 용기를
   가지지 않으면 안돼. 어쩌면, 그 바로 앞에 자신이 원했던 것이 있을지도 모르고, 싫은 것도 있겠지. 의심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믿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어. 용기를 가지지 않으면,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되니까」


   눈을 뜨자, 페이엔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대신에 손의 떨림은 멎어있다. 시로는 지긋이 페이엔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속에서 지금 자신이 말한 것이 올바른지 어떤지 선문답처럼 되풀이하며 확인하고 있다. 페이엔은
  오랫동안, 위축된 것처럼 고개숙이고 말없이 있었다. 루비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뭔가, 그녀에겐 심한 말을 했던 걸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분명 잘못하지는 않았다.

   롱가의 페이엔을 기억하지 못했던 페이엔은 에미야 시로가 싫었다. 그것은 혐오감. 그리고 그의 투영의 기술을
  몸에 익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호기심.
   작게 떨리던 손은 이미 멈춰있다. 지금 눈물을 흘리면 멈추지 않고 흐를 것 같아서, 꾹 눈을 감았다. 자신에겐
  에미야 시로처럼 평온한 시간은 뭐 하나 없었다. 그걸 그가 안다면 뭐라고 했을까. 분하니까, 절대로 말해주지
  않겠지만. 페이엔은 다시 가벼운 자기혐오에 빠졌다.
   즉, 시로가 말한 것처럼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겠지. 누군가에게 발을 디디기 위해서라던가,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기 위한 용기가.
   8년 전, 에미야 시로에게 침입해서, 그곳에서 생각나는 한의 꿈과 이상을 자신에게 투영했다. 그래도, 모았을
  터인 그것은, 앞에서 뚫려있던 구멍에서 전부 넘쳐버려서, 다시 페이엔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그걸 눈치채고,
  울고 싶어졌던 것도 생각난다.
   그로부터, 그대로 8년이 지나고 검은 머리의 가짜 자신이 에미야 시로에게 다가갔다.
   이 자기혐오는 페이엔의 것이 아니라, 쌍둥이의 한쪽, 둘째 언니의 것이다. 그녀는 분명 에미야 시로가 싫어지고,
  이렇게 사실을 들이밀어서 자기혐오에 빠질 것이다.
   시로에게서 비춘 감정으로 자신다운 것을 붙잡으려 했던 페이엔은, 거기에서 생겨난 이 감정이 뭔지 모른다.
  아니, 짐작은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그 최후를 지켜봐주러 왔다. 아직 희박하지만, 지금 페이엔은
  자신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아무말도 하지 않게 된 시로와 루비아를 생각하고, 페이엔은 뭔가 여러가지가 원래의 장소로 모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태백성





   「배, 고프지 않나?」


   침묵에 버티다 못했는지, 시로가 제안했다. 내일모레의 방향을 보고 있던 시선을 두사람에게 돌려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는다.
   그렇군요, 하며 루비아가 말하고, 페이엔에게 시선을 옮겼다.
   페이엔은 작게 끄덕이고, 모기가 우는 것 같은 목소리로 제안에 답했다.


   「그렇군요. 배가 고파졌어요」

   「밖에서 뭔가 사오지. 다행히, 아직 시간은 있다. 샌드위치 같은 걸로 되겠나?」

   「아무거나 괜찮아요」


   페이엔은 고개숙인채 작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루비아는 뭔가 고민의 씨앗이라도 떠올랐을 때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그리고 페이엔의 머리에 손을 대고, 가볍게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로우와 뭔가 사올 테니까, 당신은 거기서 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시로와 루비아. 페이엔은 고개숙인채였다.
   방에서 나가, 통로를 돌아가, 긴 것처럼 착각해버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표층의 대영박물관에 올라갔다.
  그대로 밖으로 나가, 가까이에 있던 편의점에서 3인분의 샌드위치와 미네랄워터를 사더니, 시로는 담배를 사려다,
  관뒀다.
   밖의 경치는 계속 흐르고 있다. 공백인 채 정체하고 있는건 그 방뿐이다. 지나쳐간 매점까지의 길에는 가족
  동반과 혼자 여행하는 듯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남의 시선을 느낀다. 자신은 조금 용모가 특수하고, 루비아는
  평소의 복장이니까 당연한가, 하고 시로는 생각했다. 그 이상은 신경쓰이지 않았다.
   대영박물관으로 돌아가 엘리베이터를 다시 탄다. 어디까지나 계속될 듯한 긴 구멍을 내려가는 도중, 루비아가
  시로의 손을 잡았다. 엘리테이터는 내려가고 있다. 아직 멈추지 않는다. 오래된 장치인 듯이, 곳곳에서 녹슨
  금속이 마찰되는 독특한 울림과도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틈새에 있는 것 같다.
   그 틈새에서, 시로는 뒤에 있는 루비아에게 돌아선다. 잡힌 손의 감촉은 강했지만, 루비아의 얼굴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이야기하기 전처럼 보였다.


   「그 아이, 지금은 페이엔이라는 이름이지만, 8살때까지는 다른 이름이었어요. 페이도, 이미 기억나지 않겠지만」

   「……………?」

   「페이는 쌍둥이로, 두사람이 많이 닮아서 저는 자주 이름을 틀렸지요」

   「……쌍둥이였던가. 그러면, 그 또 한명은 홍콩에?」

   「에에……」


   거기서 조금 루비아는 머뭇거리다, 늠름한 시선으로 시로를 올려봤다.
   시로는 그 눈을 보고 조금 기가 꺾인다. 그게 태도에 나오는 일은 없다. 그저 그 바라보는 시선 속에, 아주 조금의
  불안을 발견했다. 서툴러서, 사실은 어쩌면 좋을지 몰랐던, 그것과 많이 닮은 색의 반짝임.
   엘리베이터는 아직 내려가고 있다.


   「투영의 대가, 롱가의 마술사는 아이를 남기지 않아요. 다른 곳에서 데려온 아이에게 그때까지의 당주의
   기억을 이식해서, 어울리는 몸으로 개조합니다. 그 아이는, 당주가 되기 위해 롱가에 맡겨졌습니다. 롱가는
   그런 짓을 계속 반복해온 거예요.
    롱가가 원하는 당주의 그릇은 우수한 마술사의 피이면 피일수록 좋지요. 그곳은 일자상전이 아니라, 그렇게
   몇 명의 자매를 만드는 어떤 의미로 이상한 마술사예요. 그래도 본래의 마술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자상전이
   보통이에요. 그 쌍둥이는 그런 마술사의 집에 태어나, 후계자는 될 수 없었으니까, 롱가에 맡겨졌습니다」


   후계자는 하나로 좋다. 오히려, 그렇게 많이 후계자를 만들려고 하는 롱가가 이상한 것이다. 루비아가 말하고
  싶은건 그게 아닌건가, 하고 시로는 생각했다.
   과연, 그러면 페이엔과 그 쌍둥이의 한쪽이라는 건 원래, 어딘가 다른 마술사의 아이였겠지.


   「……그래서?」

   「에―――――」

   「그 이야기에 뒷얘기는?」

   「…………. 아뇨, 없습니다. 그뿐인 이야기예요」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확실해서, 그런가, 하고 말하고 시로는 루비아에게 등을 돌렸다.


   「원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시로는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 현실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 요는 마음가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말해보니,
  정말로 그렇게 되는 기분이 들었다. 완전하게는 무리라도 본인의 사이만이라도 염려할 건 없다, 고.


   「그럴지도………모르겠네요」


   조금 망설이고서 루비아는 살짝 끄덕인다.
   많이 닮았다, 고 시로는 생각했다. 외견은 전혀 닮지 않았을 텐데, 어딘가 닮아있다. 그건 뭐, 루비아도 린도
  어딘가에서 닮았으니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닮을 필요는 없지, 하고 시로는 생각한다. 그래도,
  결국 자신에게는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이라, 자신이 말한 것을 곧바로 잊으려고 했다.


   「중요한 건 기억이다」


   그런데도, 시로는 질리지도 않고 말을 계속한다.


   「밤에 올려다보는 별과 같아서, 보기 어려운 것도 있고 싫어도 눈에 띌 만큼 빛나는 것도 있다. 그걸 하나하나
   이어가면, 언젠가 보이게 되는 것도 있겠지. 성좌처럼.
    ――――――너무 폼잡았나」


   루비아는 상상속에 있는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수많은 빛이 각각을 주장하듯이 빛나고 있었다. 닫힌 이
  지하에선 상공에 빛나는 별이 총총한 하늘이 사랑스럽다. 한층 강한 반짝임은 두개 있었다. 그걸 이어보니
  쌍둥이좌와 많이 닮아있다. 어릴 적 묶고 있던 군청색의 리본이 있는 곳을 떠올린다.


   「글쎄, 잊었어요. 그런 옛날얘기 같은 건」


   부정하고, 루비아는 미소지었다. 계속 마음에 걸리던 게 풀렸을 때와 비슷하다. 루비아는 조금만 시로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생각한다. 기억이라는 것은, 자신만의 것으로 누구에게도 보이거나 만지게 할 수 없다. 하물며 공유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건 자신을 조명하는 유일한 것일 것이다.
   기억――――――죽어간 가능성의 묘지.
   엘리베이터는 완만하게 감속을 시작한다. 녹슨 철의 삐걱이는 비명이 들렸다.


   「시로우의 성좌는 어떤 형태를 하고 있나요?」


   물은 루비아에게, 시로는 등을 돌린 채 모른다고 말하듯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형태는 없다. 가슴에 있는 것은
  타인의 반짝임. 루비아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일단 납득해두었다.


   「그러면, 모처럼이니 형태를 정해버리세요」


   납득하고, 어쩔 수 없어서 그런 말을 한다.
   시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때처럼, 있을 리 없는 밤하늘을 떠올렸다. 그리고서 눈을 감고 잠깐의 몽상에
  젖는다. 그곳에선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의 반짝임이 자그마한 시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건 자신의 반짝임이
  아니었다. 그리고, 스스로도 의외인 듯한 얼굴을 하고 눈을 뜬다.
   시로가 본 성좌는, 아름답고 용맹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자좌가 좋아」

   「그런가요」


   루비아는 엷게 미소지었다. 땅거미에 사라질듯한, 덧없는 웃음이었다.


   「분명, 그건 붉은 사자겠지요. 싸우는 시로의 모습을 쏙빼닮았어요」


   돌아보자, 기도하듯이 손을 겹치고, 루비아가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거기에 이끌려서, 저도 모르게 시로도
  웃었다. 그것은 언젠가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보고 싶다고 말해주었던 웃는 얼굴과 닮아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거절의 벽은 두개로 나뉘어, 산 자를 삼키려 하는 허무의 지하가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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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門山 (http://www.h3.dion.ne.jp/~kadoyama/)

태백성:초저녁에 뜬 금성
by Jaguarandi | 2006/04/14 15:04 | SS번역 - 가르쳐줘, 에미야선생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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